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테트리스 더 그랜드 마스터.

관찰

by untitled. 2019. 4. 4. 01:11

본문

유머 혹은 게임 커뮤니티를 오랫동안 접했다면 봤을 가능성이 높은 영상. 흔히 '테트리스의 신'과 같은 제목으로 돌아다녔던 영상으로 기억한다. 어렸을 때 봤던 이 영상은 리듬게임처럼 단순하지만 얼마든지 매니악해질 수 있는 게임에 흥미가 있던 나에게 상당히 자극적이었고 이 게임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게 된 나는 이 게임에 대한 정보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테트리스 더 그랜드 마스터(이하 TGM). 아리카 사의 테트리스 게임 시리즈. 높은 완성도와 다른 테트리스 게임들과는 차별되는 게임성, 그리고 테트리스계에 미친 영향을 생각했을 때 상당한 명작이라고 생각한다. 이 게임의 주 목적은 타 게임들처럼 오래 살아남거나 고득점을 내는 게 아닌, 제한된 기회 내에서 최고의 퍼포먼스(속도, 안정성)를 발휘하여 게임에서 부여하는 높은 등급을 따내는 것. 또한 영상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보는 이들을 까무러치게 만들 정도의 하드코어한 게임성을 자랑한다.

하지만 이 게임은 국내에서는 너무 마이너한 탓에 국내 오락실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고, 내가 이 게임에 관심을 가지게 됐을 땐 에뮬레이터로 시리즈의 첫 작품만 구동이 가능했었다.

 

그렇게 에뮬레이터로나마 처음 대면하게된 TGM 시리즈. 기대감에 부풀어 플레이해봤지만 뭔가 이상했다. 영상에서 봤던 스피디한 플레이는커녕 게임이 진행될수록 점차 빨라지는 블럭의 낙하 속도 때문에 도저히 내가 원하는 곳에 블럭을 위치시킬 수가 없었고 금방 게임오버를 당하기 일쑤였다. 도저히 어떻게 플레이해야 하는 것인가 궁금해서 공략법을 찾아봤다.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극한의 낙하 속도. 게임이 진행되면서 점차 왼쪽 그림에서 최고 낙하속도인 오른쪽 그림으로 속도가 변화하며 테트리스 이론 상 최대의 낙하속도를 자랑한다. 이 때의 속도를 '20G'라고 부르는데, 과장을 보태지 않고 설명하자면 블럭이 등장하는 순간 이미 바닥에 있으며 내려오는 과정이 화면에 그려지지 않는다. 당연히 '그런 환경에서 도대체 어떻게 플레이하냐'라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설계가 되어있고 이 속도에서 살아남기 위한 요령과 테크닉이 필요하다.

블럭은 바닥에 닿았다고 해서 바로 굳어지지 않는다. 굳어지기까지의 여유 시간이 있으며 이때 동안 빠르게 블럭을 이동시켜 굳어지기 전에 원하는 곳에 위치시켜야 한다. 또한 블럭이 바로 바닥에 닿아버리는 속도인 이상, 게임 플레이가 유리해지기 위한 지형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블럭은 항상 가로축의 중앙에서 떨어지기 때문에, 필드의 중앙 부분을 항상 높게 유지하는 것이 블럭을 원하는 곳으로 가져가기 쉬운 상황이 된다. 왼쪽 그림은 L블럭을 구석으로 가져가려다 구멍에 빠져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는 상황, 오른쪽 그림은 J블럭을 안정적으로 구석으로 가져가는 상황을 나타낸다. 이것이 고속 낙하의 상황에서 가장 기본적인 플레이 요령.

 

하지만 필드의 중앙을 높게 하는 것 만으로는 블럭을 원하는 위치에 가져갈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위 그림의 경우, 왼쪽 상황에서 NEXT에 있는 L블럭이 떨어지면 바로 오른쪽 상황이 되며 턱에 걸린 L블럭은 절대 오른쪽으로 가져갈 수 없다. 이때를 위해 존재하는 게 TGM의 핵심 시스템 중 하나, 블럭을 회전시킨 채로 화면에 등장시키는 Initial Rotation System(이하 IRS)이다.

 

IRS는 블럭이 떨어지기 전 회전 버튼을 누르고 있는 것으로 발동할 수 있다. 그림에서는 IRS를 이용하여 L블럭을 세워서 등장시켜 턱에 걸리지 않고 오른쪽으로 가져가는 상황을 나타낸다.

 

또한 회전 시스템의 이해도 상당히 중요하다. 한번에 가장 많은 줄을 지울 수 있는 I블럭을 예로 들어보면, I블럭은 회전 버튼을 누를 때마다 그림에 있는 2가지 상태로 변화한다. 하지만 블럭을 회전시키기 위한 공간이 비어있지 않다면 절대로 회전하지 않는다.

 

위의 그림에서 2번째 상황만 I블럭의 회전이 가능한 상태. 이렇게 I블럭을 구석으로 가져갈 수 있는 지형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며, 그림에서 보듯이 필드의 오른쪽을 비워두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G 상황에서의 기본적인 플레이 양상

이외에도 공략법은 무궁무진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들만 설명하면 저러하다. 처음에는 당연히 적응을 하지 못했지만 시행착오를 아주 많이 겪은 이후엔 겨우겨우 20G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

내가 초대 TGM에서 게임 내 최고 등급인 GM(Grand Master)을 따냈을 때의 사진. 이 때가 2012년 7월. 이 게임을 공략하기 시작한지 약 2년이 되어가던 때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초대 TGM에서 GM 등급을 따내는 것은 매우 쉬운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리고 대강 위의 시점에서 에뮬레이터가 TGM2의 구동을 지원하여 TGM2도 해볼 수 있게 되었다. 전체적인 시스템은 같지만 TGM2에서의 변경점은 이제 게임이 진행됨에 따라 블럭이 굳어지는 속도도 빨라져 더 어려워지고 더 빠른 플레이를 요구한다는 것과 블럭을 바로 바닥으로 내리는 하드 드롭이 생겼다는 것.

 

TGM에서의 하드 드롭은 다른 게임들과 달리 정말 특이한데, 레버를 위로 입력해서 수행할 수 있고 블럭을 바닥으로 내려도 바로 굳어지는 게 아니라 레버를 아래로 입력하여 수동으로 굳어지게 해야 한다. 이를 이용한 움직임이, 그림과 같은 구멍이 있을 때 레버를 오른쪽으로 길게 입력하여 J블럭을 화면 끝으로 보낸 뒤 빠르게 레버를 반시계 방향으로 3/4바퀴 회전시켜 ↑←↓을 입력함으로써 빈 구멍을 채우고 바로 굳어지게 하는 명령을 손쉽게 할 수 있다. 이때의 손맛이 나름 찰져서 좋다.

 

본인의 플레이 영상. 게임의 후반부만 잘라냈다.

TGM2는 게임의 난이도가 더 어려워진 탓에 아직 최고등급인 GM등급을 따내진 못하고 게임의 클리어만 겨우 가능한 정도. 아무래도 내 반사신경으로는 GM 등급을 따내기는 힘들 듯.

 

그리고 맨 위의 영상의 주인공인 대망의 TGM3. TGM3에서는 엄격하던 회전 규칙이 어느정도 완화되었고 홀드 시스템의 추가, 그리고 TGM2에 비해서 훨씬 빨라진 게임의 템포를 자랑한다. 여기서 회전 규칙이 완화되었다는 것은,

 

위에서 설명한 I블럭의 회전과는 다르게, 이제 I블럭이 바닥에 붙어서 누워있는 경우에도 그냥 지면에 세울 수 있게 되었다. 이건 실로 엄청난 변화인데, 이렇게 됨으로써 이제 I블럭을 구석으로 가져갈 수 있는 지형을 형성하는 것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아도 돼서 더욱 스피디한 게임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것.

또한 TGM시리즈의 가장 최근 시리즈다 보니 그래픽과 사운드 면에서 가장 진보된 퀄리티를 보여준다. 음악은 리듬게임에도 곡을 투고한 적이 있는 Sampling Masters MEGA와 Sampling Masters AYA가 담당. 게임이 진행되면서 빨라지는 템포에 맞춰서 흘러나오는 개버 풍 음악은 게임과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여담으로 TGM시리즈의 사운드를 엮어 만든 음악 'TGM in the Bottle'은 리듬게임 '그루브 코스터'에 수록되어 있기도 하다.

 

본인의 플레이 영상. 마찬가지로 후반부만 편집.

실력이 부족한 관계로 맨 위 영상만큼의 빠르기는 보여주지 못하지만 TGM2에 비해서는 게임의 템포가 많이 빨라졌음을 볼 수 있다. 우선 클리어 타임이 엄청나게 줄었으니.. TGM3에서 최고등급인 GM을 취득한 사람은 아직도 전세계에 10명이 안 된다고 한다. 정말로 놀랄 노자.

 

이렇게 TGM시리즈들을 모두 돌아봤다. TGM시리즈는 시리즈마다 특색이 있기 때문에 어느 시리즈가 가장 낫다고 말할 수 없다. TGM 특유의 클래식함을 느끼고 싶다면 초대 TGM을, 보다 높아진 난이도를 원한다면 TGM2를, TGM 특유의 공략보다는 스피디한 플레이를 하고 싶다면 TGM3를. 나도 때때로 TGM 시리즈를 돌아가며 플레이를 하고 있다.

TGM시리즈는 국내에서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매우 적다. 나는 언제나 그런 마이너 한 게임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때문에 나무위키에 TGM 시리즈의 문서가 없는 게 아쉬워서 내가 TGM 시리즈의 모든 문서를 작성하기도 했었다. 처음에는 내가 워낙 글을 못 써서 형편없었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손을 봐준 덕분에 봐줄 만한 문서가 된 듯. 궁금하면 한번 가서 읽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본인의 테트리스 99 플레이 통계

TGM시리즈로 테트리스에 단련(?)이 된 탓인지 다른 테트리스 게임을 플레이할 때도 도움이 되고 있다. 주로 했던 게임은 닌텐도 스위치로 플레이할 수 있는 뿌요뿌요 테트리스와 테트리스 99. 특히 테트리스 99에서는 게임 후반부에 낙하속도가 상당히 빨라지는데, 이 상황에서 블럭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해 게임오버를 당하는 사람이 많지만 TGM의 20G 스피드에 적응이 된 나는 블럭의 제어가 어느 정도 가능해서 1등을 거머쥔 적도 몇 번 있었다. 여담으로 테트리스 99의 제작사도 TGM 시리즈의 제작사와 같은 아리카.

 

그래서 앞으로의 TGM 시리즈는 더 이상 없는 것일까. TGM 시리즈는 2005년에 TGM3로 시리즈가 더 이상 없는 오래된 게임이다. 사실 위와 같은 살짝 깨는 이미지의.. TGM 후속작이 개발 중이었고 로케이션 테스트도 진행했지만 아쉽게도 어른의 사정으로 발매되지 않았다. 공식 트위터에 따르면 라이센스 문제와 유통사 등등 복잡한 문제에 얽혀있는 모양. 요즘의 테트리스들은 모두 공통된 공식 블럭 회전 규칙을 가지고 있어 TGM의 것과는 많이 다르기 때문에 TGM 시리즈의 회전 규칙을 가진 새로운 게임이 나와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TGM 특유의 손맛이 느껴지는 회전 룰이 좋기도 하고 T스핀 트리플 같은 새로운 룰을 별로 안 좋아해서..

 

TGM 시리즈는 우리나라엔 없지만 여전히 일부 일본의 게임장, 기판을 직수입한 극소수 서양의 게임장에서 계속 가동되고 있고 유저들은 더 나은 기록을 위해 계속 플레이 하고 있다. 또한 미국에서 해마다 개최되고 있는 테트리스 대회인 클래식 테트리스 월드 챔피언쉽에서도 종목으로 선정된 적이 있는 등 여전히 완성도 있는 테트리스 시리즈로서의 위상은 있다. 혹시나 하드코어한 퍼즐게임에 관심이 있다면 본 시리즈에 한번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