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에서 영상을 캡쳐할 때는 좋은 영상 캡쳐 유틸리티가 많기도 하고 지포스 익스피리언스처럼 하드웨어의 도움을 받아서 녹화를 해버릴 수도 있어서 편하지만 이전부터 콘솔게임은 동영상 캡처를 할 수 없다는 게 불만이었다. 물론 최근의 콘솔들은 자체 영상 녹화기능이 있다는 걸 알고있긴 하지만 화질과 프레임이 엄청 열화되어 그다지 만족스럽지가 않다.
그러다 생각한 게, 캡쳐카드를 하나 사놓으면 두고두고 쓸 일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찾아봤다. 근데 생각했던 것보다 가격대가 조금 높았다는 게 함정. 대부분 20만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뭐 그래도 취미생활에 가끔씩 이정도를 쓰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제품을 고르면서 중요시했던 건, 나는 노트북을 사용하기 때문에 데스크탑의 메인보드에 장착하여 사용하는 PCI-e 인터페이스를 사용하는 것은 제외하고, USB 인터페이스를 사용하는 외장 캡쳐카드 모델을 찾고있었다. 그것도 왠만하면 대역폭이 좋은 USB 3.0을 사용하는 걸로. 그렇게 여러가지 모델을 둘러보다가 눈에띄는 게 하나 있었다.
Razer사의 Ripsaw HD라는 모델이었다. Razer는 내가 노트북을 한창 고르고 있을 때 들어본 적이 있는 회사인데, 내 머릿속의 이미지는 마치 윈도우버전 맥북을 만들어 파는 곳 같았다. 그만큼 디자인에서 애플급 감성(?)이 느껴졌었다는 말. 물론 가격도.
이 모델은 USB 3.0인터페이스를 사용하며 녹화의 품질은 1080p 60fps, 그리고 패스쓰루를 지원하는데 패스쓰루(pass through)란 입력받은 영상 신호를 그대로 내보내는, 즉 HDMI 분배기 없이도 영상 신호를 캡쳐카드에 입력함과 동시에 출력용 모니터에 입력을 가능하게 하는 기능이다. 패스쓰루 출력 영상의 해상도는 최대 4K 60fps까지 지원한다. 상당히 매력적인 스펙에 가격은 20만원대 초반이라서 이 모델이 상당히 끌렸다.
이 모델에 대한 정보를 찾아봤더니 유튜브에서의 리뷰 동영상에서는 다른 모델과 비교해서 화질, 딜레이, 가성비 면에서 좋은 평을 받고있었지만 마음에 걸리는 건 국내 사람의 사용기를 하나도 찾지 못했다는 점, 해외 쇼핑 사이트에서 오디오 관련 문제가 여러번 제기되었다는 점이었다. 해외 쇼핑 사이트의 댓글은 상당히 좋은 평가, 그리고 오디오 이슈가 있어서 못쓰겠다 라는 극과 극의 평이 여럿 달려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래도 나는 이 모델이 끌려서, 나에겐 오디오 관련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을 가지며 결국은 주문을 했다.
그렇게 도착한 물건. 상자는 이렇게 생겼다.
패키징에서부터 벌써 감성이.
내용물은 이렇다. 본체, HDMI 케이블, USB-C to USB-A 케이블, 3.5오디오 잭, 사용설명서.
본체는 이렇게 생겼다. 앞면에는 전원공급 및 PC연결 을 위한 USB-C포트, 그리고 HDMI 입력포트와 패스쓰루를 위한 HDMI 출력 포트.
뒷면에는 마이크 입력 포트와 오디오 출력 단자.
모두 연결된 모습. HDMI 입력 포트는 닌텐도 스위치와 연결, HDMI 출력 포트는 TV와 연결, USB 포트는 PC와 연결.
PC에 연결하면 웹캠처럼 비디오 캡쳐 장치로 인식한다. 그래서 캡쳐 장치를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로 입력 영상을 보면 구동중인 게임의 영상을 볼 수 있다.
스트리밍 프로그램인 OBS를 켜서 연동해본 모습. 딜레이가 없어서 컴퓨터의 모니터를 보고 게임을 플레이해도 아무 문제가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 사진을 찍을 때까지 엄청난 문제가 남아있었다. 바로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문제가 나에게도 발생해버린 것. 패스쓰루를 통해 연결한 TV에서도 소리가 나지 않고, PC에서도 소리가 녹음되지 않았다. 엄청난 좌절을 하며 방법이 있을 거라며 꽤나 오랫동안 연구했는데, 불량인 거 같으니 교환 받을까 라는 생각까지 했었다가 엄청 우연히 해결방법을 찾게되었다.
TV 설정에 무언가 있지 않을까 해서 들어가봤더니 'HDMI 입력 오디오 포맷'이라는 메뉴에서 'Bitstream'이라 되어있던 걸 'PCM'으로 바꿨더니 TV에서도 소리가 나고 PC에서도 소리가 녹음되었다. 하지만 이런 옵션을 지원하지 않는 TV나 모니터에서는 사용 할 수 없는 건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혹시나 나와 같은 문제를 겪는 사람이 있다면 도움이 되길 바라며.
시험삼아 녹화해본 스매시 브라더스 온라인 대전 영상. 파란색 칼잡이가 나다. 부끄러운 실력이지만 성능 테스트가 목적이니.. 변명을 하자면 아직 연습한지 얼마 안 된 캐릭터다.
여튼 나의 사용기는 이렇다. 캡쳐카드는 다른 제품을 한번도 사용해본 적이 없어서 비교는 어렵지만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지금 당장 생각나는 사용처는 이렇게 게임콘솔 혹은 HDMI를 사용하는 다른 기기들의 녹화지만, 기회가 된다면 방송도 한번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