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아이폰 6으로 3년을 버티고 있던 나는 새롭게 바꿀 폰을 찾아다니게 된다. 여태까지 iOS진영만 써왔으나 iOS특유의 엄격한 정책과 빡빡한 확장성에 불편함을 느꼈던 게 떠올라 이번엔 안드로이드 진영의 폰을 찾아보고 있었다.
갤럭시 시리즈는 화면 가장자리가 둥글게 말려있는 게 맘에 안 들었고, 중국 폰은 왠지 정감이 안 갔고. 그렇게 몇가지를 거르다 보니 내 시야에 들어온 건 소니의 엑스페리아 시리즈. 소니가 스마트폰을 만들고 있다는 줄도 몰랐다. 처음 이 폰을 발견했을 땐 '와!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카메라!'를 떠올리며 소니가 만든 폰은 퀄리티가 좋을 것이라 생각했고, 특히 나는 카메라의 성능을 중요시했기 때문에 카메라 시장에서 입지가 있는 소니라면 폰 카메라도 뛰어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체험(?)삼아 엑스페리아 시리즈를 사용해보기 위해 중고거래로 유명한 평화로운 그곳을 뒤지기 시작하여 헐값에 올라온 중고를 구매하였다. 늦은 밤 지하철을 타고 가 직거래를 했던 걸로 기억한다.
손에 넣은 중고 엑스페리아 XZ. 지금봐도 외관은 되게 예쁜 것 같다.
iOS만 써와서 그런지 안드로이드는 적응이 조금 힘들었다. 특히나 은행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할 때 백신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해야 하며 강제로 실행되는 게 나로서는 납득이 힘들었다. 아무래도 OS의 확장성이 커질 수록 이에따른 위험도도 커지기에 어쩔 수 없는 현상인 듯.
하지만 파일 탐색기를 이용하여 개별 파일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나 SD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등. iOS기기에 비해 덜 빡빡한 정책에 대해서는 나름 편리했다.
그리고 기대했던 카메라. 몇번 찍어보고는 고개를 갸우뚱 했던 기억이 있다. 특히나 야간 촬영은 퀄리티가 절망적. 찾아보니 소니 폰의 카메라는 안 좋은 쪽으로 꽤나 유명했던 듯. 그렇게 나쁘진 않았지만, 아이폰6의 카메라와 비교해서 눈에띄게 더 나은 점은 없었던 거 같다.
폰을 이리저리 사용해봤을 땐 종합적으로는 그냥 '나쁘지 않은'정도. 나름 계속 사용할만 했던 거 같다.
그리고 며칠 후, 이 폰에는 한정으로 발매했었던 핑크색 색상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고 이베이에서 찾아보니 중국 판매자가 괜찮으 가격에 해당 물건을 신품으로 판매하고 있는 걸 발견했다. 지금 갖고있는 건 어차피 중고로 헐값에 산 물건이니 다시 중고로 처분한 다음, 핑크색 신품을 사용하려고 마음먹었었다.
그렇게 해서 물건너 온 핑크색 엑스페리아 XZ. 이 물건을 받아 개봉하는 내 모습을 보고 회사 사람들이 폰을 또 바꿨냐며 역시 부자라는 소리를 했었다. 부자 아닌데..
다 괜찮았지만 사용하면서 엄청난 결함을 발견했다. 동영상 촬영이 30초이상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 영상을 촬영한지 30초정도 지나면 과열로 인해 강제로 종료한다는 메시지가 뜨면서 카메라가 꺼진다. 동영상을 30초이상 촬영할 수 없다는 게 애초에 말이 안될 뿐더러 분명히 이전에 갖고있었던 같은 모델은 이러한 현상이 없었다.
판매자에게 해당 현상을 묘사하며 문의를 했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환불해주겠다는 답변이 왔다. 해외 구매한 제품에 결함이 있어 엄청 귀찮아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판매자가 친절했기 때문에 환불 과정은 딱히 문제가 없었다. 그대로 포장해서 알려주는 주소로 해외배송을 보내고 며칠 후 환불을 받았다.
이렇게 엑스페리아 시리즈와의 2번째 결별. 남겨놨던 아이폰6으로 다시 돌아가 사용하면서 도데체 다음 폰으로 뭘 써야할까 고민하던 중, 엑스페리아 시리즈의 차기 모델이 발매된다는 소식이 들렸다. 바로 엑스페리아 XZ1.
엑스페리아 XZ1은 큰 모델인 XZ1과 작은 모델인 XZ1 컴팩트 이렇게 2가지 모델로 발매됐는데, 나는 작은 폰을 선호했고, 플래그쉽 스마트폰 중에서는 작은 크기의 모델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되어 소니에게 마지막으로 속는다(?)는 마음으로 구매하기로 했다.
2017년 10월 말 수령하여 현재도 사용하고 있는 엑스페리아 XZ1 컴팩트. 그리고 이 제품을 쓰고있는 나를 보면서 회사 사람들은 대체 폰을 얼마나 자주 바꾸냐고 역시 부자라며 놀려댔다.
샀을 때 주변에서는 너나 할 것 없이 디자인에 대해서 혹평을 했다. 90년대 물건같다는 둥 뒤집어 놓으니 보조 배터리 같다는 둥, 왜 남자가 핑크쓰냐는 둥, 아이폰 X더러 탈모폰이라 놀렸더니 '엑스페리아 쓰는 놈에게 그런소리 듣고싶지 않다'고 일침을 받는 둥.. 제품 설명 페이지에서는 괜찮아 보였는데 실물로 보니 영 아니였다. 두께도 생각보다 엄청 두껍고.
뭐 기능과 카메라 면에서는 이전의 XZ에 비해 달라진 것도 없고 사용 평은 역시나 딱히 감흥 없이 그저 그렇다. 아무래도 이제 내 다음 폰은 엑스페리아가 되지 않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