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닝일레븐. 과거 우리나라에선 축구게임 하면 바로 떠오르는 게 위닝일레븐이었을 정도로 인지도가 높았다. 플레이 스테이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거의 다 위닝일레븐을 가지고 있었을 정도. 지금은 피파 시리즈에 인기가 밀린 듯 하지만. 나는 위닝 시리즈를 아예 안 해본 건 아니지만 그래도 PC판이나 친척의 플레이 스테이션을 이용하여 몇번 해본 적이 있었다. 그렇게까지 나에게 추억이 깊은 게임 시리즈는 아니란 말.
하지만 위에 올려진 광고, 그 내용이 나에게 감동을 주기엔 충분했다. 직장에서 피곤에 찌들어 택시를 타고 귀가하고있는 주인공이 잠깐동안 과거로 돌아가게 된다는 이야기. 어린 모습으로 변해버린 친구들과 재미있게 위닝일레븐을 즐긴다는 게 이야기의 전부지만 많은 사람들을 추억에 젖게 만들었다. 꼭 위닝일레븐이 아니더라도, 친구들과 모여 환호성을 지르며 게임을 함께 했던 기억이 분명 나에게도 있다. 지금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지만.
다 기억난다. 핸드폰도 메신저도 없던 시절 우리가 소식을 주고받을 방법은 직접 말하기였다. 어차피 이웃 친구들은 다 같은 학교에 다니기 때문에 학교에 가면 쉽게 볼 수 있었고, 친구네 반에 찾아가서 말한다.
"어제 이거 샀는데 집에가서 같이 할 사람?"
문구점에서 산 게임 CD를 내보이며 말하면 함께할 친구들을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이 시절엔 온라인 게임이 활성화 되기 이전이었기 때문에, 게임을 같이한다는 건 곧 한 자리에 같이 모여 한다는 것을 뜻했다. 내가 우리집에 친구들을 모으기도 했고, 내가 다른 친구네 집에 찾아가기도 했고. 이 때의 경험이 이렇게 귀중해질 줄은 그때는 전혀 예상도 못했다. 지금보다 한참은 뒤떨어진 기술력의 게임들이지만,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컨트롤러가 없어서 하나의 키보드에 4명이 들러붙어 불편을 호소하며 함께 플레이하고, 안 될땐 다 같이 좌절하고. 잘 될땐 다 같이 환호하고. 정말로 순수한 의미의 게임의 재미를 이때 체험한 듯 했다.
언제부터였을까. 이웃해 살던 친구들은 점점 집안 사정으로 다른 지역으로 떠나고, 이웃과의 교류는 점점더 줄어만 갔다. 친구네 가족들이 이사간 후 그곳에 새로 들어온 가족들은 내가 독립을 할 때까지 한번도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을 정도로 분위기가 삭막했다. 점차 온라인 게임이 활성화 되며 각자의 집에서, 혹은 PC방에서 학교 친구들과 함께 플레이하긴 했지만 그 감흥과 빈도는 예전만 못했다. 또한 학업에 대한 압박이 커지며 점점 더 과거의 추억과는 멀어져 갔다.
남들이 다 흥미를 잃고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동안 나는 혼자서만 게임을 했다. 그 바쁜 고등학교 생활을 하면서도, 대학생활을 하면서도, 남는시간에 틈틈히. 게임을 많이해서 생긴 문제도 있었지만 내 인생은 게임이 없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나는 그것을 떨쳐내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고 지금은 직장마저도 게임회사가 돼버렸다.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독립하게된 지금의 나는 그 시절 살 수 없었던 게임기나 게임 소프트를 마음것 살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성능의 기기를 산다고 한들 그 때의 감동을 재현할 수 없다는 걸 알았을 땐 너무나 슬펐다. 돈과 자유를 얻었지만, 동시에 쓸쓸함도 함께 얻었다. 내가 이렇게 느끼고 있을 무렵 발견한 것이 위의 동영상. 여러번 반복하여 재생해보면서, 이번엔 마지막 장면에 집중한다. 옛날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말하는 영상 속 주인공.
"이번에 오랜만에 말야..."
나도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