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또한 명품 시뮬레이터. 사진은 스텝매니아 3시절에 사용되었던 로고.
DDR 자체가 오래된 게임이다 보니 DDR 시뮬레이터에 관한 역사도 상당히 깊다. 먼저 99년도에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Diet Diet Revolution99.
이건 한창 DDR이 국내에서도 히트치던 DDR 초창기 시절에 나돌던 시뮬레이터인 걸로 기억한다. 난 옆집에 사는 친구에게 CD와 장판을 빌려 플레이해본 적이 있다. 나름 PC사양을 탔던 걸로 기억하는데, 당시 기억나는 일화가 우리집에서 실행하면 선곡 후 로딩시간이 엄청나게 긴 대신 플레이할 때는 쾌적하고, 친구집에서 플레이 하면 로딩은 빠르지만 플레이할 때 엄청나게 버벅댔던 걸로 기억한다. 결국 어디에서도 제대로된 플레이는 할 수 없었지만 당시 PS1과 가정용 소프트를 구비할 수 없는 사람들에겐 적절한 대안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후 해외 사이트에서 발견한 또 다른 DDR 시뮬레이터.
Dance With Intensity, 일명 DWI. 스텝매니아와의 정확한 관계는 모르겠지만, 스텝매니아의 전신이 됐던 시뮬레이터인 걸로 추정된다. 여기서 쓰는 스텝파일의 확장자가 dwi인데, 이 포맷은 지금도 스텝매니아에서 사용할 수 있다.
처음 이 시뮬레이터를 발견했을 때 받아서 실행해보니 기본으로 주어지는 샘플 곡이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BGA도 갖춰져 있었고 전체적인 퀄리티가 높아서 상당히 충격을 받았었다. 하지만 이 시뮬레이터에 관한 기억은 떠오르는 게 거의 없다. 아무래도 금방 스텝매니아로 갈아탄 듯.
그리고 현재까지도 개발되고있는 유일한 DDR 시뮬레이터 스텝매니아를 접하게 된다.
스텝매니아 3버전대의 마지막 릴리즈인 3.9버전. 오랜만에 3.9버전을 구해서 실행시켜 봤더니 왠지모를 감동이. 내가 처음 접한 버전은 3.9보다는 구버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위의 3.9버전이 역대 스텝매니아 버전 중 가장 널리 쓰였던 버전일 것이다. 소스 코드도 공개되어 있기 때문에 여러가지 변종 버전이 존재하고 현재도 이 버전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당시에 이 버전의 스텝매니아와 인터넷에서 구한 DDR 악곡 데이터를 이용하여 플레이하면서 그나마 DDR에 대한 관심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었다. DDR 3rd의 정발 이후로는 DDR 2013이 정발할 때까지 국내에서의 DDR은 완전히 맥이 끊겨버렸기 때문에.
스텝매니아가 탄생하면서 이녀석을 대체할 시뮬레이터는 더이상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초기엔 버그가 좀 있었던 걸로 기억하지만 버전이 올라가면서 점차 안정화됐고 테마(스킨)을 제작할 때 단순히 이미지만 바꿔치기 하는 게 아니라 애니메이션이나 속성 등을 바꿀 수 있다는 게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때문에 여러가지 테마들이 인터넷상에서 공유됐었고 당연히 DDR 아케이드 버전의 리소스를 이용하여 만든 테마들도 있었다.
또한 DDR을 모티브로한 시뮬레이터이긴 하지만, 다른 음악게임도 대응할 수 있었다. 옵션에 들어가면 게임을 선택할 수 있는 메뉴가 있었고, 거기에 펌프, 파라파라파라다이스 등등이 있었다. DDR 이외에는 펌프 시뮬레이터로도 사람들이 많이 활용했었는데, 당시 킥잇업의 스텝파일 포맷이었던 KSF도 읽어들일 수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이제 펌프 시뮬레이터도 이것로 대체해서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당시엔 차기 KSF 플레이어인 다이렉트 무브와 관련 커뮤니티가 아직 살아있었기 때문에 완벽하게는 대체하진 못했다. 물론 국내 한정 이야기다.
이 버전을 기반으로한 동인 패키지도 몇몇 있었다. 현재 DDR에 수록된 델타맥스가 원래는 스텝매니아 패키지의 수록곡이었다는 건 알 사람들은 알 것이다.
내가 해봤던 건 foonmix 2. BMS로 유명한 아티스트들이 몇몇 참가한 패키지.
전체적으로 퀄리티가 뛰어나서 당시에는 '왜 이걸 돈받고 팔지 않는 거지'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위에있는 영상은 Monotune -RESPECT-라는 곡인데, 이 곡을 처음했을 땐 역대급 충격을 받았었다. 스텝이 스크롤되다가 갑자기 지뢰로 변한다거나 다른 파트로 순간이동 해버리는 연출이 나오는데 이것이 가능하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기 때문. 이 때는 펌프의 미션모드가 나오기 전이었고 이러한 기믹이 있는 채보가 없었기 때문에 때문에 살아생전 처음보는 형태의 채보였다. 원리가 궁금해서 EDIT모드에 들어가보니 음수 BPM이 사용되고 있었고 이 부분에서 순간이동이 발생하고 있었다.
그렇게 스텝매니아를 오랫동안 가지고 놀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학업에 열중하게 되고 점차 관심이 멀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바쁜 시기가 지난 후 오랜만에 다시 스텝매니아의 공식 홈페이지를 찾아가보니 스텝매니아는 새롭게 진화된 상태로 변해있었다.
스텝매니아 5버전이 출시되어 있었던 것. 스텝매니아 5는 와이드 해상도를 지원하고 그래픽의 향상, 테마의 확장성이 더욱 커지는 등 확실하게 현대화가 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럼 스텝매니아 4는 어디갔나 싶었는데 이전에도 스텝매니아 4의 개발 소식은 조금씩 들려오고 있었지만 정식 릴리즈되지는 않고 바로 5로 넘어간 듯.
아이러니하게도 펌프의 외전격 시리즈인 펌프 잇 업 인피니티도 DDR 시뮬레이터인 이것을 기반으로 제작된 것. 물론 이전에 펌프 잇 업 PRO 시리즈도 스텝매니아 구버전을 기반으로 제작된 것은 알고있지만 롱노트 콤보를 제대로 지원 안 하는 등 본가의 펌프 시리즈와 이질감이 크게 느껴졌었다. 하지만 인피니티의 경우는 롱노트 콤보도 본가의 펌프 시리즈와 흡사하게 동작하는 등 크게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펌프 잇 업 인피니티에서 문제의 채보를 플레이 하는 영상. 내용이 심히 막장이지만 플레이 영역이 3D공간에서 자유자제로 움직이는 걸 볼 수 있는데 이건 스텝매니아에서만 가능한 것. 그리고 그래픽의 경우는 오히려 본가보다 훨씬 미려하다.
현재도 나는 간간히 스텝매니아 5를 이용하고 있다. 해외 웹사이트인 Zenius-I-Vanisher에서 양덕(?)들이 DDR 영상을 보고 카피해서 올리는 DDR 채보를 받아서 연습하거나 가끔은 키보드로 플레이를 해보기도 한다.
현재 내가 쓰고있는 스텝매니아의 모습. 사용하고 있는 테마는 Cyberia Style인데, 이 또한 스텝매니아 구버전 때부터 탄생해서 역사가 아주 오래된 테마이다. 완성도가 매우 높아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다.
나중에 여유가 된다면 꼭 DDR 메탈발판을 구비해서 스텝매니아를 플레이해보고 싶다. 내 인생의 장기 목표 중 하나가 DDR 기체를 구해서 집에 들여놓는 것인데.. 과연 가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