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도 후반. 당시 동네 오락실에도 DDR이 있긴 있었다. 문제는 정상적인 형태가 아니라 일반 스틱게임처럼 생긴 캐비닛에, 둥근 버튼이 양쪽에 4개씩 달려있어 손으로 할 수 있도록 변형된 기체.
버전은 DDR 2nd Link ver. 모 게임 커뮤니티에서도 손으로 하는 DDR 2nd를 본 사람이 있는 걸로 봐서는 해당 오락실에서 임의로 개조한 건 아니고, 이러한 기체들이 나돌았단 건데 이 기계의 출처를 알 수가 없다. 뭐 나중에 일명 1.5라고 불리는 DDR 아시아판이 제대로된 기계로 다시 들어오긴 했다.
여튼 그 개조된? 기계로 DDR을 접하게 되었다. 요금은 한 판에 200원. 조인트 프리미엄이 적용되어 있어서 200원으로 2인 플레이도 가능했다. 남들에게 들어서 아는 ALL MUSIC커맨드를 걸고 자주 즐겼었다.
2nd 수록 곡들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곡을 꼽으라면 링크버전 수록 곡이긴 하지만 PARANOiA KCET. 단순히 어려워서라기 보다는 그냥 음악이 좋았다. 당시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는데 그 때부터 이런 곡을 좋아했던 걸 보면 태초부터 게임덕후가 될 운명이었던 듯.
여담이지만 당시 PC로 구동하는 DDR 시뮬레이터로는 매니악(현재 EXPERT)보면을 즐겨 했지만 아케이드 판에서는 매니악 커맨드를 몰라서 매니악 보면을 즐길 수가 없었다..
반대로 비호감이었던 곡은 STRICTLY BUSINESS. 실수로 선곡했을 때는 '뭐 이런 곡이 다 있나'하고 생각했고 다시는 선곡하지 않았다. 당시엔 곡 제목도 몰랐고 그냥 머리속에 '이상한 곡'이라고만 기억하고만 있었다.
아주 오랜시간이 흘러 DDR X3 vs 2nd Mix의 소식이 들려올 때, 2nd모드에 대한 정보를 접하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플레이할 수 없지만, 2nd모드를 재현하는 모드가 등장할 것이란 소식에 되게 설레어 했다. 그리고 함께 접한 정보는 STRICTLY BUSINESS는 판권문제로 수록을 하지 못했다는 것. 이 글귀를 처음 봤을 때는 '그게 무슨 곡이지'하고 생각하며 유튜브를 뒤져보니 나오는 영상이.
이것이었다. 듣는 순간 DDR에서 플레이 했던 기억을 바로 떠올릴 수 있었다.
어릴 때는 구리고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곡이 지금 들어보니 괜찮게 들렸다. 찾아보니 이 곡은 리믹스이긴 하지만, 원곡은 상당히 히트를 친 음악이라고 하더라. 당시 일본 내 DDR 유저들에게도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고. 니코동에서는 이 곡의 영상에 코멘트로 가사의 몬데그린인 '마이캣샤'와 이 곡에서 자주 나오는 패턴인 ←↓→ 가 많이 달려있대나 뭐래나. 게임계에서 아는 사람만 알아듣는 저런 말들은 여러모로 재밌는 거 같다.
2000년도가 점차 지나가면서 동네오락실의 DDR이 철거되고, 주변 오락실에는 펌프만이 가동되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펌프만 플레이하게 되었고, DDR을 다시 플레이할 기회는 없을 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