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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프 잇 업의 라이센스 곡들.

음악게임

by untitled. 2019. 4. 17.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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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 - 소용돌이

최근들어 생각나서 자주 듣고있는 곡. 최신 곡도 아니고 그렇게 유명한 곡도 아니지만 내가 이 곡을 알고있는 이유는 당연히 게임에 수록된 적이 있으니까. 대중에게는 그렇게 잘 알려져있지 않는 '피아'라는 밴드가 2003년 발표한 곡이며 2007년에 펌프 잇 업에 라이센스 곡으로 수록된 적이 있다. 하지만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보통 리듬게임에서 라이센스 곡을 수록할 때는 대중들에게 어필을 하기위해 널리 알려진 곡을 수록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 곡은 시기도 지난데다 인지도도 그렇게 높지 않은 곡이었다. 그래도 나는 게임 플레이어로서 이 음악을 좋아했고, 그에 맞춰서 짜여진 게임 내 시퀀스도 좋아해서 기억속에 잘 남아있다.

펌프 잇 업에 수록되는 라이센스 곡들은 이러한 성향을 띄는 곡들이 많았다. 시기가 지났거나, 인지도 면에서 마이너하거나. 그러한 음악들을 가지고 자체적으로 배경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어울리는 보면을 작성하여 플레이어들을 대상으로 게임 내에서 유행시키곤 했었다. 물론 요즘의 펌프는 그나마 최근의 곡들을 수록하는 방향으로 노선을 바꾼 듯 보이지만 내가 주로 즐기던 때의 펌프를 이야기 한 것(~ 2012년 정도?).

 

HEaDTriP - Beat # No. 4 

펌프에서는 마이너한 라이센스 곡들을 종종 수록하다 보니 이것이 오리지널 곡인지 라이센스 곡인지 헷갈릴 때도 있었다. 위에 나온 곡에 대해서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면 나오는 건 온통 펌프이야기 밖에 없어서 당연히 오리지널 곡인 줄 알았지만, 놀랍게도 국내 뮤지션이 작곡하고 게임에서 판권을 계약하여 수록한 곡이다. 따라서 게임 내 분류상 K-POP.

게임 발매 전 티저 영상에서도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곡이고 게임에 무척 잘 어울려서 당연히 오리지널 곡으로 알고있었던 나에겐 살짝 충격이었다. 당시 음악게임 커뮤니티에서도 나와 같은 반응을 보인 사람이 몇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메이 - 지나가는 꽃미남 캐릭터다

그리고 마이너함의 끝을 달리는 문제의 수록 곡. 저 메이라는 가수는 아무리 찾아도 정보를 찾을 수가 없는데다 음악의 상태도 조금.. 하지만 게임 내 보면이 아주 독특하게 만들어져 있는 탓에 플레이어들로부터 컬트적인 인기를 끌었다. 싱글 플레이에서는 최후반에 갑자기 속도가 2배로 늘어나며 노트가 쏟아지는 전형적인 후살 패턴, 더블 플레이에서는 로딩이 끝나자마자 이미 화살표가 판정선을 지나가고있는 황당한 낚시패턴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런 곡은 대체 어디서 구해오는 걸까. 제작진의 친분을 이용하여 수록해온 곡이 아닐지 추측해본다.

이 메이라는 가수의 곡은 후속 버전에도 하나 더 수록됐는데 '후회'라는 제목의 곡. 이 쪽은 그래도 음악이나 채보나 괜찮은 수준으로 제작되어 있어 그나마 정상적인(?) 인기를 끌었었다.

 

노바소닉 - 또다른 진심

펌프의 라이센스 곡 하면 언급을 안 하고 넘어갈 수 없는 곡. 이 곡은 99년도에 첫 수록되어 2019년인 현재도 살아있어 무려 20년동안 수록되어 있는 곡이다. 라이센스 곡이 이렇게 오래 수록되어 있는 경우는 리듬게임에서 정말로 흔치않은데, 펌프 최신 시리즈에서 다른 오래된 판권 곡들은 대거 삭제를 당했지만 이 곡만은 펌프에 있어 상징적인 의미가 있어서인지 삭제를 피했다.

이 곡은 사실 게임 수록 전에는 인지도가 낮았으나 게임에 수록되고 난 후 엄청나게 유명해진 케이스. 당시엔 오락실이 한창 부흥하던 때라 게임이 유명해지면서 곡도 덩달아 유명해진 것. 심지어 국내 한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노바소닉의 멤버였던 김진표가 방청객에 있었는데 출연자가 '너희 곡 게임 때문에 유명해졌다'고 언급하며 웃음 섞인 디스를 한 적도 있었다. 

이 곡에 유명세에 대한 답례로 노바소닉은 '뛰어봐'라는 곡을 작곡해서 게임에 제공한 적이 있었으나 이 쪽은 아쉽게도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도 그다지 인지도가 높지 않다.

 

서태지와 아이들 - 우리들 만의 추억
서태지와 아이들 - 하여가

펌프 초창기 시절에 플레이를 했던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그리워할 서태지의 곡들. 퀄리티 있는 보면과 높은 난이도로 당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었다. 사실 당시 서태지 곡 수록에는 비화가 있는데, 2000년도에 발매된 펌프 시리즈 'Perfect Collection'에 당시 서태지의 최신 곡이었던 '울트라맨이야'를 수록하기 위해 해당 곡과 과거 '서태지와 아이들'시절 곡 5곡을 덤(?)으로 받는 것을 조건으로 서태지 측에 판권료를 무려 1억을 지불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울트라맨이야는 사람들이 많이 플레이 하지 않았고 덤으로 줬던 5곡 중 저 2곡이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비싸게 주고 사온 최신곡보다 1993년에 발매된 곡이 유저들에게 더 인기있으니 제작사 측에서도 할 말을 잃었을 것이다.

또 한 가지 이야기는 보통 라이센스 곡을 계약 후 게임에 수록하기 위해 긴 원곡을 짧게 편집하는 작업은 게임사의 사운드 팀에서 담당하지만 서태지는 다른 사람이 자기 음악에 손대는 걸 원치 않는다면서 자기가 직접 게임 사이즈로 짧게 편집했다고 한다.

 

크래쉬 - 디그니티

한 시대를 풍미했던 보스곡. 펌프에서는 무려 K-POP 라이센스 곡이 보스곡을 담당하는 일도 있다. 다른 게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사례. 이 곡이 처음 등장했을 때의 게임 내 난이도로서의 위상은 다른 곡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범접할 수 없는 최상급이었다. 이 곡도 게임에 수록되기 전에는 인지도는 매우 낮았기 때문에 게임에 수록할 때 판권료를 매우 저렴하게 지불했다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이후에도 동일 아티스트의 '크래쉬데이'라는 제목의 곡이 아주 고난이도로 펌프에 수록된 적이 있다.

 

어어부밴드 - 종점보관소

이 곡은 사실 게임 외적으로도, 게임 내에서도 인기를 끌지 못한 곡이다. 어어부밴드라는 인디밴드의 곡. 하지만 이 곡의 정체가 궁금해서 집에서 찾아본 결과 곡의 뮤직비디오를 보게 되었는데 그 내용이 너무 심오해서 기억에 남아있다. 때문에 이 글에 올린 다른 영상들은 게임사에서 제작한 배경 애니메이션을 첨부했지만 이 곡에 대해서는 곡의 실제 뮤직비디오를 첨부해봤다.

유명한 판권곡은 누구나 알고있으니까 상관없지만 이런 식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판권곡은 오히려 호기심이 생겨서 스스로 찾아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거 같다.

 

펌프 최신작(Pump It Up XX)의 오프닝 영상

최근 펌프의 곡 수록 성향은 내가 한창 즐기던 때의 성향과 많이 다른 것 같다. 위의 영상을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아이돌 가수의 이름을 내세워 일반인들에게 어필하려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이런 의도는 당연한 거고, 비난하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다. 하지만 대다수가 모르는 곡이지만 어디선가 어울리는 곡을 발굴하여(?) 게임에 수록하는 성향이 약해진 게 아쉽긴 하다. 유명한 곡을 게임에서 듣는 건 익숙하고 좋긴 하지만, 곡을 들었을 때 새롭다는 느낌은 들지 않으니까. 단순히 최신음악을 쫓기 보다는, 좋은 음악을 수록했으면 하는 바램.

 

에픽하이 - Fly

또한 요즘엔 가요 판권 곡은 게임 내 배경 영상으로 곡의 원본 뮤직비디오를 사용한다. 물론 이 쪽이 일반인들에게는 친숙하겠지만, 과거에는 퀄리티가 준수한 애니메이션을 직접 제작해서 게임에서 사용했었기 때문에 즐길 거리가 하나 줄어든 거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2007년까지는 펌프가 모든 리듬게임을 통틀어 가장 뛰어난 비주얼 퀄리티를 자랑했지만 이후에는 아주 빠르게 쇠퇴하는 바람에.. 요즘엔 제작할 여력이 없다고 보는 게 무방할 듯. 위의 영상을 포함해서 과거의 펌프에서 제작한 배경 애니메이션은 정말로 잘 만든 게 많다. 궁금하면 이 재생리스트에서 하나씩 감상해보자.

 

House Rulez - Do It!

요즘엔 펌프를 잘 플레이 하지 않지만 어릴 때부터 시작해서 오랫동안 정말 미친듯이 플레이했었다. 매체를 잘 접하지 않는 나였기에 내가 알고있는 음악은 대부분 펌프나 기타 다른 리듬게임을 통해 알게된 곡이 대부분이었고 게임을 통해 맘에드는 아티스트를 찾기도 했었다. 위에 있는 영상도 그 중 하나. 또한 노래방을 좋아하지 않지만 강제로 갈 일이 생겼을 땐 펌프로 알게된 음악을 부르기도 했었다. 물론 그때마다 사람들의 반응은 너무 오래된 음악이라며 기겁을 하는 일이 대부분이었지만.

 

굉장히 오랫동안 플레이했던 게임이기 때문에 게임의 모습이 변하는 과정도 지켜봐왔다. 위에 언급한 사항들도 그렇고, 이외 게임 내적인 측면으로도. 언젠가부터 너무 변한 모습에 멀어졌다는 느낌이 들어 잘 플레이 하지 않게 되었지만, 내 인생에 상당히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게임이기 때문에 게임에 대해서 깎아 내리고 싶지는 않다. 앞으로도 명맥이 잘 이어지기를 바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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